"싼 맛에 중국산 제품 샀더니…" 무서운 알리 전략에 '발칵'

입력 2024-03-25 21:00   수정 2024-03-26 07:27


‘정말 이 가격에 배송되는 게 맞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000원 안팎 가격대 카드지갑, 양말 등을 훑어보던 30대 주부 송모 씨는 몇몇 저렴한 생활용품을 구입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알리가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는 터라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서 ‘실망하지 않을 제품’ 위주로 다량 구입하곤 한다. 일부를 버릴 각오로 필요 개수보다 많이 사는 것이다. 불량품이 있어도 번거로운 반송 절차를 밟기보다 다른 새 제품을 쓴다는 그는 “그래도 싸다”고 덧붙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싼 가격을 무기로 삼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최근 100만원 상당 무료 쿠폰까지 뿌리며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단순 마진을 줄이는 것을 넘어 강력한 프로모션까지 불사하며 국내 시장을 걷잡을 수 없이 잠식해 들어오는 것이다.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에서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천억 페스타'를 시작했다. 특히 ‘10억 팡팡 프로모션’을 통해 최고 100만원의 전용 랜덤 쿠폰을 제공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모션은 입소문을 타고 행사 첫날에 17만명 넘게 몰려 조기 종료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만원짜리 할인 쿠폰을 진짜 뿌려서 고객들도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그간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쿠팡이 가격과 배송에서 파격적 전략을 썼는데, 알리의 최근 행보는 쿠팡에게도 경계 대상 1호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실제로 플랫폼 입점 사업자들은 중국 이커머스의 시장 장악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은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플랫폼 입점 사업자 매출이 10~15%가량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위한 정부 차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중국 내 서버 설치 금지, 위해 상품에 대한 IP 접속 차단 같은 실질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중국 이커머스 공습, 소비자 및 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 발표자로 나섰던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이미 정부 차원에서 중국 이커머스 공습을 경제·안보적 관점으로 접근해 대응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우군 없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그렇다고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 기업에게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아닌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꿀 때”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해외판매대행센터를 도입하고 소비자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에 (중국 이커머스) 서버를 두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신지혜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내 기업은 서비스 운영,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준수 비용에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문제 발생 시 플랫폼을 규제하는 안일한 방식은 중국 이커머스가 이미 들어온 상황에선 통하지 않는다. 중국 이커머스 내 위해 상품 등에 대해 곧바로 IP 접속 차단이 가능한 기구를 두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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